우리 아이는 조금 아픈 상태로 태어났고, 두 살 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들락거리곤 했다. 자연스럽게 그 때만 해도 육아관이라는 게 따로 없었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였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슬금슬금 하나씩 바라는 게 많아지면서 육아관도 이렇게 저렇게 바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 부부가 공통적으로 최우선 순위로 유지하는 게 하나 있었는데,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자’는 것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는 연습과 노력으로 성취를 해내고야 마는 아이. 아마도 모든 부모들의 로망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도 포기하지만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힘만 있다면 나중에 커서 뭐가 되어도 되지 않겠냐는 믿음 하나로 ‘포기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는 것을 다 끝낸 이후에
해야 할 것을 마쳤다면, 보상은 확실히
영상을 보거나, 만화를 읽거나, 놀거나, 아무튼 모든 스케줄은 해야 하는 것을 모두 끝낸 이후에 할 수 있다. 해야 하는 것에는 데일리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엄마 아빠가 정해놓은 몇가지 태스크를 의미한다. 주로 독서평설 읽기, AR 풀기, 악기 연습, 학교/학원 숙제하기. 이름은 거창하게 데일리 미션이지만, 집중만 제대로 하면 보통 20분 내외로 끝나는 것들이다.
물론 하기 싫다고, 힘들다고 칭얼대며 데일리 미션을 거부하는 날도 분명히 있다. 그럴 때는 엄마도 아빠도 모두 단호하고 일관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해야 하는 것을 먼저 다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도입했을 때에는 시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벽에 세 가족이 모두 매일 해야 할 일을 써 붙였고, 완료했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 완료율 100%에 달하면 받을 보상까지도 각자 정했었다. 지금은 별도 보상은 없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한 가지 포인트라면, 엄마 아빠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운동하기, 일기 쓰기 등의 번거로운 미션들이 섞여 있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거나 하는 아이의 희망이 섞인 미션들도 많아 업무로 바빠지는 날에는 지키지 못하는 것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다 보니 늘 완료율이 가장 높은 건 꼬맹이.
아이의 미션을 보면 참 귀엽고도 웃긴데, ‘엄마 아빠한테 귀여운 표정하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다.
꾸준한 연습으로 안되는 건 없다
어른도 실패하는 게 그렇게 싫은데, 아이는 오죽할까. 그래서 강조한 것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꾸준한 연습으로 넘지 못할 산은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가장 도움을 많이 주었던 활동이 악기와 줄넘기.

운동신경이 거의 바닥에 붙어 있는 우리 아이는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줄넘기를 전.혀. 못했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줄을 뒤에서 앞으로 넘기는 것조차도 힘겨워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 다음으로는 손과 발의 협응이 전혀 되지 않아 하나 뛰어 넘는 것도 헤매는 게 참 귀여웠는데… 😂)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 걸 혼자 못하는 게 속상했는지, 아이는 오기를 가지고 매일 연습을 했다. 어떤 날은 줄넘기 줄에 맞아서 팔에 빨갛게 자국이 남아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1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모둠발 뛰기, 한 발 뛰기, 가위뛰기 등등을 모두 해내며 반에서 줄넘기를 잘하는 축에 속하게 되었다.
악기 연습을 할 때에도 유난히 생각한대로 연주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매번, 모든 곡에 그런 부분이 꼭 있다.) 울며 불며 성질을 낸다. 하지만 결국 같은 부분을 여러번 연습해서 어찌저찌 해내기는 한다.
아이가 원래 그런 성격인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일부는 맞는 소리이고, 일부는 틀린 소리이기도 하다. 아이 성향도 성향이지만 아이가 꾸준히 연습을 하는 데에 엄마 아빠의 시간 투여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절대로 혼자 연습하지 않는다. 모든 도전의 순간에 엄마든 아빠든 한 명은 곁을 지키고 응원을 해줘야 한다.
아이에게 정체성 심어주기
요즘 진행 중인 것은 아이에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작업이다. 지난 해 학교에서 영어 수업 참관 때에 자기의 특기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는 스스로를 ‘나는 그림그리고 만들기를 잘한다’고 소개했다. 집에 와서 “너의 진짜 특기는 포기하지 않기 아냐?” 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엄청나다고 할걸?” 이라고 추켜올렸더니 그 이후로 본인의 정체성을 ‘잘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설정하고 재잘재잘 떠든다. “나는 포기를 안 하는 사람이야!”
일종의 가스라이팅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런 식의 이상적인 정체성을 각인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즈음 새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두 달 째인데, 종종 너무 힘들다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곤 한다. 아직 꼬맹이이고,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라는 사춘기에 들어서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기에, 좀 더 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우리 아이가 포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 도전을 즐기는 아이로 자랐는지에 대해서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고 우리 부부는 생각한다. 사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팠던 것으로 평생 썩일 속 다 썩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더 기대치만 높아지면서, 바람만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영어는 좀 잘했으면”,
“수학도 놓치면 안되는데”,
“책은 좀 더 많이 읽어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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