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세 여아와 성수동 문구점 나들이 (2) – 포인트오브뷰(P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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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날


https://labbygabby.mycafe24.com/seongsu-with-eight-year-old-girl-part1

원래는 내가 궁금해서 방문한 거였는데…

성수동 포인트오브뷰(POV) 위치
클릭하면 네이버지도로 이동

모나미스토어가 우리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다면, 사실 포인트오브뷰(POV)는 나를 위해 방문한 곳이었다. 폴인에서 대표님 인터뷰를 보고 인벤타리오는 못 갔어도 매장에는 한 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어찌저찌 어린이와 함께 가보게 됐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각각 Tool, Scene, Archive 라는 테마가 있고, 이에 맞게 1층이 가장 일상적으로 쓸만한 문구들이 비치되어 있다면, 층을 올라갈수록 일상성에서는 다소 멀어지는 구성.

우리 어린이가 가장 좋아한 층은? 의외로… 3층이었다. 반짝반짝 예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1층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왕창 사달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뭘 사달라고 조르기보다는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린 눈치였다. 근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뭘 보고 돌아다녔는지는 모르겠다… 어린이의 세상은 생각 외로 난해하다.

갑작스런 화장실 어택으로 시작하는 엄마의 대환장 시츄에이션

3층까지 다 돌아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스탬프 하나, 잉크패드 하나, 어린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모에게 줄 생일 축하 카드 하나 사들고 다시 2층과 3층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어린이가 급히 1층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귀에 대고 하는 말: “엄마 나 쉬마려”

아이와 다니다 보면 흔히 겪는 일이다. 왜 어린이들은 급해지기 전까지 먼저 해결하지 않는 건가!!!

아이 손을 붙들고 급히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하게 찾으면 약에 쓸려던 개똥도 안 보이는 법. 그 성수 카페 거리에서 카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이 펼쳐졌다. 작은 블록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았을 무렵 겨우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급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커피 한 잔도 마시면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어린이는 디저트류를 먹고 싶은 강한 의지를 내보인다.

그래, 어린이날 선물 대신 데리고 나온 거니, 먹어라 먹어, 하는 마음으로 오케이사인을 보이자 마자 14000원짜리 사과모양 케익을 고르는 우리 어린이. 맛 없는 당덩어리일 게 뻔한데… 진심이냐고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사주면서 ‘너 이거 하나면 아까 거기서 볼펜 14개 만들 수 있다.’라고 막간 경제 교육을 시도해봤다. (의외로 이게 좀 먹혔던 것이, 이날 이후로 우리집 어린이는 뭐만 보면 볼펜 몇 개로 가치를 셈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스푼 먹고 포크를 조심히 내려놓더니 ‘너무 달아서 못 먹겠어’라며 아까 거기서 볼펜이나 더 만들걸이라고 눈치를 살짝 보더니, 포인트오브뷰에서 사온 스탬프를 여기 저기다 콩콩 찍어본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가 사온 스탬프가 잉크 내장형이었던 거다. 이걸 보자마자 ‘잉크패드는 왜 샀어…?’라고 하니, 그냥 샀댄다. 색깔이 예뻐서.

카페에서 쇼핑한 것들을 풀어 사용해보는 어린이
쇼핑한 건 바로 풀어봐야지.. 그래…

보통은 이 대목에서 엄마의 신경줄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잉크패드를 거꾸로 뒤집어 통째로 여기저기, 이를테면 냅킨 같은 곳에 찍기 시작하며, 물건을 정해진 용처대로 쓰지 않고 낭비할 때에는 눈깔이 뒤집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분노 게이지가 MAX로 달려가는 상황이었으나, 나의 사회적 체면을 고려하여 가까스로 참아내고(완전히 참은 건 아니고, 낭비하지 말라고 한 소리는 했던 것 같다.), 씩 웃으며 그럼 잉크가 안 들어있는 스탬프 하나만 더 고르는 것으로 하고 다시 포인트오브뷰로.

예상 외의 똑똑 모먼트로 나들이도 끝

이런저런 스탬프를 보다가 이건 어때? 하며 권하니, ‘엄마, 이건 잉크 있는 거잖아’ 한다. ‘어떻게 알아?’ 물어보니 ‘뚜껑이 있잖아’라고… 오.. 내 새끼 생각 외로 추리력과 관찰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포인트오브뷰에서 스탬프를 고르고 있는 어린이
의외의 똑똑 모먼트. 스탬프에 뚜껑이 있으면 잉크내장형이라는 걸 추리해내다니. (사실 나는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트 모양스탬프를 골라 계산 후 나오다가 책연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독서용 하이라이터를 바꾸게 되었는데, 이건 다른 포스팅에서.

포인트오브뷰 책연필. 출처: POV 웹사이트
출처: 포인트오브뷰 웹사이트. 클릭해서 이동.
노랑, 하늘, 투명 몽당색연필 세 개가 한 세트이다. 매장에서는 구매수량 제한이 있었고, 웹사이트에서도 계속 품절인 걸 보니, 인기 상품인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어린이를 동반한 대환장의 성수동 나들이는 끝이 났다. 주의사항이라면,

  1. 공개된 화장실이 별로 없으므로, 화장실 위치를 미리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2. 어린이 친화적인 동네는 확실히 아니다.
  3. 활발한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초등 중학년 이상 여자아이들은 매우 좋아할 공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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