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힙이라며?
독서가 요즘 제일 힙한 취미란다. 음…? 스러운 소리지만, 확실히 독서가 트렌드이긴 한가보다. 예전이면 어딘가 고리타분했을 것만 같은 도서전에 갔더니 웬 걸, 오픈 시간보다 훨씬 먼저 갔는데 예매표 발권도 오래 기다려야 했고, 입장은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도서전 들어가는 데 코엑스 한바퀴 빙 둘러 줄 서야 한다는 게 진짜냐고…
나 혼자 서국도
원래 남편이랑 가고 싶었는데, 연차 아껴야 하니 싫대고, 가고 싶다는 친구 녀석은 예매표가 이미 애저녁에 매진된 상태에서야 나에게 말해주어 표를 구하지 못했다. 혼자 갔다는 얘기다.
혼자서 휘적휘적 한가롭게 구경하다 집에 갈 생각이었으나…! 한가롭기는 개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다. 책이 이렇게만 팔리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 많은 기업은 출판사였지 않았을까. 대형출판사들의 부스 입장줄마저 길게 늘어서있는 것을 보고는 생각했다. “아… 중소 출판사만 살짝 돌아보고 빨리 집에 가야겠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린다. 심각하게…)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사람의 서국도 방문기
도서전 가기 전날, 다른 사람들은 도서전에서 뭘 찾는지 살짝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좋은 건 키링인 것 같았다. 실제로도 돌아보니, 거의 대부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은 키링 판매 코너인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도 사람들이 모여있다 싶으면 거의 대부분 키링은 아니어도 책갈피, 북커버 등의 책과 관련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 뭐 그까이거 아무 때나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거, 책 관련 액세서리나 잔뜩 보고 와야지”라고 생각한 게 역시 나뿐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특히, 문구 브랜드 오이뮤에는 ‘문장 선물’이라는 컨셉으로 키오스크에서 몇 가지 뚝딱뚝딱하면 예쁜 색 영수증 종이에 예쁜 글귀가 찍혀 나오는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이걸 하자고 사람들이 30분씩 대기를 하고, 책갈피 사자고도 30분씩 기다리는… 그중에 한 명이 나였던… 아무튼 그런 진풍경도 펼쳐져 있었다.
그 외에는 도저히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적극적으로 구경할 마음이 조금도 생기질 않아서 이제 그만 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rwn.t의 북자켓 발견! 순간 살까… 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도 않고, 이미 쓰고 있는 북커버가 있어서 패스했다.
그리고 지나친 생일책 부스(실제 부스 이름은 ‘읽을마음‘ 이었다). 나와 같은 생일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라는 취지의 블라인드 컨셉 선물용 도서였는데, 처음에 봤을 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컨셉이 참 재미있다’고만 생각했지, 별로 사려는 마음은 안 들었건만, 두번째 지나칠 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괜히 나도 한번..? 하고 생각하게 된 김에 구매까지 해버렸다. 우리 가족 생일책으로 구매했는데, 내 생일책은 없어서 패스.


나오면서 민음사 부스 살짝 들렀다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붙들고 머리 아파하던 기억도 나고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블라인드 컨셉의 책이 있었다. 하나 사볼까 싶었지만, 이미 너무 지출이 많은 상태였어서 패스.

그리고 작가선 <디에센셜>… 책이 참 이쁘다.

럭키박스 컨셉의 제품은 대부분 재고 떨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떠올리고 패스..
(근데 생일책은 왜 샀니 그럼..)
소형부스들이 다글다글 모여있는 곳에 함께 있던 터틀넥프레스에서 사업일기 1, 2편을 사들고 밖으로. 사업일기 2편은 이번 도서전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돈을 좀 쓰게 될 줄은 알았지만, 책 사느라고 돈을 쓸 줄은 몰랐던 서국도 방문기. 평소에 잘 읽지도 않는 소설책(생일책이 두 권 모두 소설책이었다.)을 두 권이나 업어온 서국도 방문. 주차비로 25000원이나 낼 때에 정말 속이 쓰렸던 서국도 방문… 어쨌든 재미있었다. 내년에는 남편이랑 같이 가고 싶은데, 되려나..?
2025 서울국제도서전 방문 후기
생각보다 어린이 책이 매우 많다.
어린이책도 워낙 스펙트럼이 넓어, 어린이책 시장이라고 납작하게 불러 말하기에도 뭣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 어린이 학습만화, 어린이용 환상소설 등을 주로 출판하는 회사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일임에도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엄마들도 꽤 눈에 띄었는데, 여기 오자고 학교를 쉰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나도 사실 아이랑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이 아주 조금 있었지만 책구경한다고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서 접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책을 매우 좋아하기에, 그림책을 몇 권 살까..? 싶은 생각도 아주 잠깐 들었지만, 집에 넘치는 것이 그림책이라 참았다.
예쁜 책이 정말 많다.
예쁜 책은 늘 많았다. 나 어릴 적에도 책 표지만 보고 가지고 싶은 책들은 늘 있었으니까. 그런 예쁜 것들을 한 곳에 모아두니 얼마나 많이 보였겠어. 하지만 너무 예쁜 것들이 많이 보이니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