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여성의 날 인터뷰 기록

쓴 날


지난 3월, 회사에서 여성의 날 행사로 마련한 공개 인터뷰에 인터뷰이로 초청을 했었다. 아마도 출근조를 나누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엄마’를 골랐던 게 아닌가 싶은데,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지만, 하필이면 행사 담당자가 우리 팀 팀원이라 수락을 안 할 수 없었다.

이미 여성의 날로부터 2개월이나 흘렀지만, 기록 삼아 남겨둬 본다.

Q. PR 업계에서 성평등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처음 이 필드에 진입했을 때에는 실무진은 죄다 90%가 여자인데 반해 운영진, 소위 임원은 100%가 남자였다. 지금은 여자 대표님들을 흔히 접할 수 있고,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이게 불과 15년 사이에 벌어진 변화다. 또한 예전에는 아무리 우리가 여초 업계라고 하나, 엄마를 보기가 힘들었다. 우리 회사에도 엄마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성이 달라지기는 했으나,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고 본다. 솔직히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지 않나? 남녀 관계 없이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커리어 여정에 영향을 준 멘토나 롤모델이 있었나요?

내 경우엔 우리 엄마가 나의 롤모델이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일하는 곳 근처에 계속 살았어서, 엄마가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 기한 내에 발주를 끝냈을 때 희열을 느끼는 모습 등을 지켜보며 살았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하는 게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가 가져다주는 ‘기분 좋음’이라는 게 있으니까.

우리 엄마는 지금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나도 엄마처럼 저렇게 오래도록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엄마한테 언제까지 일할거냐 물으면 ‘이제 지긋지긋해서 빨리 관둬야지’ 하신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일을 또 물어오셨더라. (웃음)

Q. 개인적인 목표와 직업적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시나요? 효과적인 전략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아이를 키우게 되면, 자아를 세 개로 분리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나. 그런데 회사에 일을 하면 하루의 기본 9시간은 회사에 판 것이기때문에,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 9시간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출퇴근 기본 2시간까지 합하면 하루의 11시간은 이미 ‘회사에서의 나’에 투입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럼 남는 시간이 13시간인데, 여기서 잠잘 시간 7시간을 빼고 나면 달랑 6시간 남는다. 씻고 밥 먹고 뭐 하는 시간까지 제외하고 나면 아이한테 투입할 수 있는 시간조차도 빠듯한 상황이라, ‘개인으로서의 나’에 투입할 시간이 없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생기는 우울감은 여기서 온다.

그래서 내가 사용한 전략은, ‘회사에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 두 개의 자아가 추구하는 방향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회사에서 적용해 보고 연습하면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거다.

우리가 보통 워라밸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를 끊임없이 분리하려고 드는데, 이걸 분리하려고 할수록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회사에서 월급을 얼마를 받든, 본인의 시간이 그 월급보다 비싸다. 그럼, 월급보다 비싼 내 시간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회사가 월급만 주는 곳은 아니다. 경험도 회사에서 가져갈 수 있다. 월급 외의 추가적인 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회사에서 내 시간을 아끼고 가치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Q. 젊은 시절의 자신이나 업계에 막 발을 들인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돈 공부부터 하시라. 나는 어릴 때 돈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헛짓거리를 정말 많이 했다. 일단 연금저축 들고, 쓰는 것보다 모으는 것부터 재미를 들이는 게 좋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재테크만큼 좋은 재테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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